은유로 오는 가을 /유재영
달빛이나 담아 둘까 새로 바른 한지창에
누구의 그림에서 빠져나온 행렬이가
기러기 머언 그림자 무단으로 날아들고
따라 놓은 찻잔 위에 손님같이 담긴 구름
펴든 책장 사이로 마른 열매 떨어지는
조용한 세상의 한때 이 가을의 은유여
개미취 피고지는 절로 굽은 길을 가다
밑둥 굵은 나무 아래 멈추어 기대보면
지는 잎 쌓이는 소리 작은 귀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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