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민병도
구급차를 따라가며 또 하루가 저물고
시간이 멈춰버린 시계탑에 눈이 내린다
아마도 짓밟힌 꽃잎을 덮어주려나 보다.
하나 둘 모여드는 얼굴 없는 군중 사이
바람은 돌아와서 제 과거를 닦는지
찢겨진 현수막 앞에 공손히 엎드린다.
"광장을 닫으려면 자유도 함께 닫아라"
누구도 소리 질러 외치지 못했지만
허공을 떠돌고 있는 뜨거운 목소리들
그 누가 침묵더러 가장 큰 소리라 했나
하나 되기 위하여 건네주는 촛불 속에
밟혀도 밟히지 않는 발자국이 보인다.
《유심》2013.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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