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민병도/광장에서/민병도

이보영(현숙) 2014. 6. 6. 17:48

광장에서/민병도

 

구급차를 따라가며 또 하루가 저물고

시간이 멈춰버린 시계탑에 눈이 내린다

아마도 짓밟힌 꽃잎을 덮어주려나 보다.

 

하나 둘 모여드는 얼굴 없는 군중 사이

바람은 돌아와서 제 과거를 닦는지

찢겨진 현수막 앞에 공손히 엎드린다.

 

"광장을 닫으려면 자유도 함께 닫아라"

누구도 소리 질러 외치지 못했지만

허공을 떠돌고 있는 뜨거운 목소리들

 

그 누가 침묵더러 가장 큰 소리라 했나

하나 되기 위하여 건네주는 촛불 속에

밟혀도 밟히지 않는 발자국이 보인다.

《유심》2013.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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