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유재영/가을 은유

이보영(현숙) 2014. 5. 28. 07:20

 

 

가을 은유

 

우재영

 

1

달빛이나 담아 둘까 새로 바른 한지창에

누구의 그림에서 빠져나온 행렬인가

기러기 머언 그림자 무단으로 날아들고

 

2

따라 놓은 찻잔 위에 손님같이 담긴 구름

펴든 책장 사이로 마른 열매 떨어지는

조용한 세상의 한때, 이 가을의 은유여

 

3

개미취 피고 지는 절로 굽은 길을 가다

밑둥 굵은 나무 아래 멈추어 기대보면

지는 잎 쌓이는 소리 작은 귀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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